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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양심

by 박가신 2019. 2. 11.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로 벌써 7~8년 지났다.


관내에 무슨무슨 "지구"라는 명칭으로 주택단지가 조성되었다.

말 그대로 단독주택지와 아파트가 들어설 땅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터를 닦던 곳이다.

어느 날 아침 간부회의가 끝날 무렵 경영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지구에 우리가 점포를 먼저 내야한다...

당연 지점을 낼려면 비싸더라도 좋은 곳을 구입해야 하는데 마침 기가 막힌 땅이 나왔다.

다행히 그 땅 주인이 나와는 오래 전부터 친분 있는 사람으로 지금은 외지에 사는 사람이다. 

사겠다고 하니 다른 사람에게는 평당 1,500에 팔 것을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심정으로다가 우리에게 만큼은

300을 할인해서 1,200에 팔터이니 대신 최대한 빨리 계약하자고 한다며  간부직원들이 지금 당장 땅을 보고, 오늘 중으로 결정을 해야한다" 고 했다.


추운 겨울 아침에 단체로 승합차를  타고 그 땅에 갈수 밖에 없었다.

6차선인가 8차선인 하여간 큰 도로가 접해진 네모난 땅은 노끈으로 경계선을 이루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땅에 대한 불만인지 10여명의 간부들은 이렇다 저렇다 도통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경영자는 또 짜증이 나는 모양인지 괜한 기획팀 책임자에게만 으름장을 놓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돌아오면서도 춥다고만 하지 정작 기대하는 말이 없자 경영자는 간부중 선임자였던 나에게 물었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그 땅을 보는 순간 판단을 했고 의견을 확실히 끝냈다.

내가 생각을 길게 한 것은 땅에 대한 판단을 길게 한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을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였다.

쉽지 않았지만 말 해야만 했다.


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 땅은 아닙니다.

땅이 큰 도로와 접해졌다고는 하나 지하도로를 통과해서 지상으로 진출한 도로의 우측에 위치해서 대부분의 차량이 가속을 붙혀 올라오는 지점이라, 점포의 위치를 식별하여 저속으로 점포에 접근하기가 힘들고,

대로변이라 주정차가 불가능하여 결국 점포 뒤인 이면도로에 주정차해야 하는데 거긴 상가지역이라 복잡할 것이니 말씀하신 "도로상의 잇점"은 오히려 단점으로 보이며, 현재 주택이나 아파트가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로 주민들의 이동로나 상권이 불확실한데 만약 우리가 점포를 낸 상태에서 다른 곳에 상권이 형성되거나 주민의 이동로가 형성되면 어쩔것이냐.  등등 대충 서너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는 요지의 말을 한 듯하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난다. 하여간...)


경영자는 말이 없었다.

다른 간부들은 더 말이 없었다.

당초 끝나고 조찬을 하기로 했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각자 사무소로 흩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경영자는 불량한 인간이었다.

그가 도모하고자 하는 비리가 훤히 보였다.


후일 두가지 말을 들었다.

첫째, "그 친구는 매사에 반대만 한다~"며 수없는 악담을 했단다. 경영자께서...

둘째, 문제의 그 땅 소유자는 처음부터 평당 900에 내놨다고 했다. 나중에 그렇게 거래도 되었고...


나는 그 경영자의 부도덕성을 말 하고자 함이 아니다.

더더욱 "죄인은 천벌 받는다!"라는 말도 믿지 않는다라는 말도 정말 하기 싫다.

그 인간은 아직도 지역 유지로 잘 먹고 잘 살고  또 유력자로 행세하고 있으니.


다만, 나는 지금 그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잠시지만  내가 경영자의 의견에 반대했을 때 나에게 미칠 불이익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실제 수년 뒤 정년도 얼마 남기지 않은 나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발령 냈으니까.

그러나  반대할 수 있었던 것은 양심에 걸렸다.

내가 남에게 내 양심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듯 나아가 다른 사람 모두를 속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딴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훗날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자명했다.


그러면서도 주저했던건 내가 반대한다고 해서 내가 속한 조직이 크게 부흥 발전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또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나의 고통이나 희생에 대해 기억하거나 추앙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는 퇴직 했다.

몇년 지나지 않았는데 가끔 옛 직장에 갈라치면 나를 모르는 젊은 직원들도 많아졌다.

내 판단이 옳았다는 점이라면, 조직이나 조직원 누구도 나를 나의 기대만큼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단 한점도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만, 내 표현이 너무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나 싶다.

내 말에 그도 상처를 입었을 터이니.


그렇게까지 할 것 없었을 것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인제사...

나이먹으니 이런 생각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