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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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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신가요? 코로나가 발생하여 마스크를 쓰게 된 다음 처음 대면했다가 지금껏 만났던 관계의 사람이 몇 있다. 무슨 비밀적 관계 이런거 말고 봉사활동 등으로 일주일이나 열흘 간격으로 한 두시간 정도 만났던 사이... 그런 사이였는데 엊그제 날씨가 하도 더워 낑낑대던 다섯 명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말했다. "우리 마스크 벗고 이야기 하실까요?“ 그렇게 마스크를 벗고 맨 얼굴로 상대를 봤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내가 상상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눈 위로 보이던 부분의 얼굴(내 상상의...)로 이렇게 혹은 저렇게 생겼겠지 했는데... 다르다. 전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감히 상대의 얼굴을 상상했던 것은 알고 있던 과거의 누군가의 얼굴과 조합하고 조립한 상상의 얼굴로 그간 2년여를 내가 상상했던 사람, 실제와는 다른 얼굴로 .. 2022. 5. 29.
그놈이 죽었다. 그 놈이 참으로 명도 길더니 어제사 죽었다. 욕 많이 먹으면 명이 길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듯. 그렇게 많은 사람 죽여놓고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도, 후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죽었구나. 그래 잘 죽었다. 열번 백번 천번 잘 죽었다. 그 놈... 천하에 나쁜 놈. 잘 죽었다. 잘 죽었지... 2021. 11. 24.
분노. 불안. 그리고 화 1. 남자가 고 1학년 때였다. 여고 2학년 누님과 누님의 학교 정문이 바로 보이는 방을 얻어 자취했다. 어느 날 수학여행을 간다며 신이 난 누님은 몇날 며칠 뭔가를 사왔다가 가방을 쌌다가 풀었다 법석이다. 둘 사이가 원만하지도 않았지만 또 괜히 참견했다가 낭패를 당하거나 얻어 듣기 일쑤였던 남자는 그저 지켜볼 뿐... 그렇게 신이 나서 수학여행을 떠났던 누님이 다녀와서는 풀이 완전히 죽어왔다. 솔직히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하여간 그렇게 며칠 지난 어느 날 하교하니 아랫목에 시골의 모친께서 갑작스럽게 와 계셨다.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아들의 인사도 외면한 모친, 누님은 윗목에 쭈그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뭔가 단단히 누님이 잘못한 모양이다. 그것도 아주 큰 잘못을... 방에 들어서는.. 2021. 10. 4.
애착 남자에게는 한 살 많은 누님이 있었다. 그 누님은 세 살 되던 해에 소아마비라는 병에 걸렸다. 이 땅에 전쟁 끝나고 채 10년도 안 된 환경인지라 그 병에 대한 무지함은 물론이고 기초적인 방역이나 예방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그 무엇도 아예 없거나 미비한 상태였으리라. 실제로 그즈음 전국적으로 소아마비가 창궐하여 수많은 환자를 양산 했지만, 그 병에 대한 상식이나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갸날프게 어린 딸이 고열에 며칠을 시달린 뒤에 무릅 아래 한쪽 다리가 휘어져 버렸으니 젊고 무지한 부모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전쟁 끝난 지 10년도 안 된 강원도 전방이니 빈약한 군 병원 말고는 변변한 일반병원 하나 없던 산골에서 말이다. 전방의 직업군인이라 젊은 아내 혼자 아픈 딸과 젖.. 2021.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