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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그만두고 그냥 쉬거가 놀다가 딴 일 찾거나 아니면, 계속 쉬거나 놀다.

by 박가신 2019. 2. 18.

대화 도중 갑자기 전화받으면 대부분 "나중에 연락드린다"며 끊거나 문자를 이용해 거절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잠시의 순간에 대화내용 중 전화받기 전 마지막 "뭔 말 했는지"를 잊어먹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화 중 상대의 말이 끝나면 "이 말을 해야지~"했는다가도, 정작 상대의 말이 끝나도 방금전 내가 말하고자 했던 그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환장할 때도 있다.

요즘들어 자주 그렇다.

뭐시 문제까?


뱅기를 모는 동생이 있다.

능력있는 공군장교로 전투기를 몰더니 어느 날 전역하고 사제 항공기를 몰더니 어느덧 정년 2년 전이란다.

동생과 동생의 동료들에게 남들은 귀족 노조니 뭐니 해도 나는 동생이나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안다.

딴 건 몰라도 남들 놀 때 보름 가까이 돌아다녀야 하고, 남들 일할 때 츄리닝입고 아파트 핼스장이나 기웃거린다는 동생의 하소연을 굳이 듣지 않아도 그의 피곤함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동생도 처음엔 뱅기를 몰고 외국에 가서 대기할 때면 사진기 들고 이곳 저곳을 다녔단다.

얼마나 좋았겠는가?

남들처럼 돈도 안들고 세계의 모든 곳을 다녔으니 말이다.

그것도 공짜 숙소에 공짜 음식에...


그랬는데 몇년 안가서 싫증이 나더란다.

좋은 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 반복하니까 지겨워졌으리라..

세상이치 처럼 말이다.

해서 어느 날부터는 "햇반"을 구입해서 말아먹고 비벼먹고 삶아먹고 그냥먹어가며, 호텔에서 그냥 며칠씩

쳐 박힌 체 다음 일정을 준비한단다.

동생이 워낙 근면 검소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 내부에서 그렇게 보낸다는 푸념을 듣고는

그 직장도 괜히 억대연봉을 주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요 몇년 전부터 자주 메스컴 나오는 낯익은 그 인간들이 그냥 줄리 있겠는가 말이다.


며칠 전 만난 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원래는 정년이 65세인데 자신은 신체적 문제로 60세로 이제 2년 남았는데,

회사에서 추가로 더 있으라고 해도 있을 맘이 없단다.

그래도 오랫동안 소속된 회사인데 왜 그런가 싶었더니 이어지는 말이 걸작이다.

"정이 들래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즈그 오너들이 또라이짓을 해대는 통에 회사에 도통 정이 안 간단다.

동생뿐 아니라 그의 동료들도 자신들의 회사를 부끄럽게 생각해서 틈만나면 사표를 낸다고도 한다.

그리고는 이곳 저곳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동생이 조용히 말을 계속한다.

그러나 정년 연장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뭣보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들으니 동생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며 또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시차를 극복하고 적응했던 신체의 고통이 오랜기간  반복,누적되어 심각한 질병으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유럽 다녀 올라치면 시차적응 힘들어 한 보름이상 힘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동생은 그 짓을 이제껏 치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생의 몸은 이제껏 그런 힘듬을 매번 극복하고 적응했던 것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이제껏 차곡차곡 몸안

가득 쌓아두다가 정년을 앞둔 이제 한꺼번에 터트릴려고 한다는 것이다.


형으로서 형제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는 말했다.

마냥 버티지 말고 적당한 시기에 나오라고...

그만두고 나와서 그냥 쉬거가 놀다가 딴 일 찾거나 아니면, 계속 쉬거나 놀라고.


건강을 버리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은 잘한다.  다른 사람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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