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내가 나를 질타하는 건 한 두개가 아니다.
개중엔 몇 번 하다 그만두는 것도 있고,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대응을 전혀 못하는 것 중에 "아이들에게 애비노릇 못 한 것"이 가장 크다.
어느 덧 가정을 이룬 아들이나 서른 된 딸이 성장할 때 모든 면에서 애비 노릇을 못한 것은 비단 아내 말이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고,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오래 전부터 아내의 강권으로 이런저런 교육과 프로그램을 섭렵한 덕에 몇차례 아이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했지만, 내 노력 만큼 아이들도 나의 마음을 받아 들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가정을 이룬 아들이나 미혼 딸에게 가급적이면 간섭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아들에겐 이미 며느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조심하려고 한다.
엇그제 아들 생일이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당연 이것 저것 챙겼지만 엄연한 며느리가 챙길 것이니 이제는 우리가 비켜나야 한다.
젊어서는 내가 잘나 아내를 부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아내 덕에 내가 사는 듯하다.
이번에도 나는 "그래도 아들에게 생일날 아침에 축하한다고 전화 한 통화는 해야 되는 것 아녀?"했지만,
아내는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아들 내외가 알아서 하니까 그저 마음속으로 축하 하라고...
나는 안다.
아내가 왜 그런 줄을.
내 생일 날 꼭두새벽 아파트 문을 두둘기는 소리에 놀라 부시시한 차림으로 나가보면 한복 곱게 차려 입으신 모친이 서 계셨다.
"내 아들 생일 밥 먹으려 왔다!"라고 하셨다.
아내와 나는 옷을 챙겨입고 이불을 걷고 밥을 하느라 허둥지둥 거리고, 아이들은 갑자기 일어나서 울고,
그리고 모친께서는 보통 말없이 소파에 앉아계셨다.
아내와 나는 오랫동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들에게서 오후에 전화가 왔다.
손녀와 케익에 불 끄는 동영상과 함께.
아쉽지만 아내 말을 따르길 잘했다.
아들아 ! 생일 축하혀...
그때는 아빠가 미안했다.
'그냥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화 (0) | 2019.05.24 |
|---|---|
| 그날이 되었으나 전화 할 곳이 없구나. (0) | 2019.05.08 |
| 지금은 어지러운 세상이 아니다. (0) | 2019.04.26 |
| 아내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0) | 2019.04.19 |
| 손녀 (0) | 2019.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