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다닌 횟수로만 치면 꽤 나다닌 것이겠지만,
대부분 연수나 출장, 그러니까 뭘 배우거나 익히러 아니면 누굴 접대하거나 모시는 몸으로 다녔으니 이게
여행이랄 것도 없다. 최근 들어서야 아내와 친족들, 아니면 친구 내외와 다녀온 본 것이 전부다.
그렇다보니 매번 이국적인 풍경에 도취되거나 외경에 놀라 감탄하거나 한 기억은 별로 없었다.
늘 바쁘고 고단하고 정신없고 긴장하고 또 챙겨야 할 것들로 인해 그저 일정이 쉬이~ 끝나길 바랐던 것 같다.
얼마 전에 형제들과의 여행을 다녀왔다.
오리지날 들만.
아내나 계수씨들이 들으면 서운할 말이겠지만, 정말 편안하게 다녀왔다.
눈치 볼 것 없고, 그래서 편하게 말하고 편하게 쉬고, 그리 행동 할 수 있었다.
아내나 계수씨, 그리고 매제가 있으면 더 좋았을 수는 있지만 이처럼 그저 편하진 않았을 것 같다.
호텔이 아니라 해변가 2층짜리 펜션인지 빌란지 빌려,
늦잠 늘어지게 자고, 늦은 아침 주문해서 먹고, 널린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또 늘어지게 낮잠자고,
햇빛도 늘어진 두세시 넘으면 예약한 차량와서 가고 싶은 유적지나 관광지 둘러보고
오다가 저녁밥도 먹고 술도 한 잔하고, 들어와 또 밀린 수다 떨다가 늦게 자고...
하여간 평생 안 해 본 그야말로 쉬는 여행, 큰 돈 들이지 않고 늘어지게 며칠 쉬다 올 수 있었다.
늘 아침에 밥 먹고 짐 챙겨서 호텔 로비 앞에 몇 시까지 집합하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씻고 양치질하고, 전날 밤에 취중에 싼 짐 다시 풀어 넣고, 헐레벌떡 밥 먹고,
흘린 짐 없나싶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가방 끌고 가이드 눈치보며 로비에 당도할 때면,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한가하게 아침 산보 다녀오던 서양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빌어먹을...
이제서야 그 쉬운 걸 해 본다.
오는 뱅기에서 본 풍경이다.
뱅기가 날던 창공은 그렇게 맑고 푸를 수 없었다.
너무 찬란해서 곱기까지 했다.
그런데 착륙을 위해 구름을 뚫고 땅에 가까워지니 거짓말 처럼 비가 오고 시커멓게 천둥치고 난리도 아니다.
해서 또 느끼고 반성한다.
조금만 길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그저 눈 뜨면 내 코 앞에 것만 보고 그렇게 아웅다웅 살구나...
뭣이 그리 잘 났다고. 뭣이 그리도 대단하다고 말이다.
뭣이 중 한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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