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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교과서와 재래시장과 정치인

by 박가신 2020. 2. 3.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등록금도 입학금도 생소하다.

그래도 해보고 싶던 공부, 마지막으로 하고 싶던 거니까 나이 더 먹기 전에 도전한다.


교과서를 사야했다.

왠걸 새 책을 사려니 이번 학기에 6과목이니 그것도 부담되는지라 중고책을 구입하기로 한다.

해서 내가 어릴적부터 이용하던 중고 책방이 쭈욱 이어진 거리를 오랜만에 찾았더니,

기억이 맞다면 수십개도 더 되던 그 책방들은 거의 다 사라지거나 아예 건물 자체가 없어진 듯 하다.

딱 한 곳이 영업을 하는 듯 했는데 그나마 주인이 자릴 비운 듯 잠겨져 있고, 한두 곳은 간판은 있되 기울어진

셔터만 삐딱하게 내려져 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듯 책방도, 거리도, 도시도, 그리고 사람도 변했다.

변했다는 사실을 나만 몰랐구나.


그래서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싫은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선거철이나 명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중의 호감을 얻기 위해 정치인이나 또는 정치인

지망생들이 지지자와 카메라를 대동하고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그러고보니 한 10여년 전 떠올리기도 싫은 "그 인간"의 어묵먹는 장면(다소 혐오스럽다!)도 기억난다.

평소에는 강남의 고급 음식점에서 향응을 즐기던 그들이 때 되면 넥타이 풀고 나타나, 시장바닥을 활보하고, 좌판의 언 손잡으며, 어묵을 쳐묵하는 모습에 몽매한 우리는 그저, 그들이 늘 우리와 함께 숨을 쉬고

또 우리 곁에 늘 머물며, 우리 편이라고 착각한다.

아니 착각하도록 마술을 부린다.  아니 요술이자 묘술이겠다...

한술 더 떠 그들이 어묵을 쳐묵하며 시장을 걷는 행위를 자평하기를 "서민 행보"라 칭하면서 우릴 현혹시킨다.

물론 그것은 그들 곁에 기생하는 수많은 기레기들의 몫이다.

시장에서 상인의 손을 잡고 어묵먹으면 서민을 위한 정치인 것인가?

웃기지도 않는다.


이 대목에서 슬며시 화도 난다.

시장에서 생선과 과일을 구입하고, 시장 바닥에서 어묵이나 오뎅을 먹는 것은 서민이라는 점을 그들은 명시적으로 단정짓고 이를 확인시킨다.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상대적으로 고통 속 삶을 영위하거나  비교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서민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자신이 서민임을 당당하게 밣히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을 듯하다.

(나 자신도 가난이 결코 부끄럽지는 않아도 자랑스럽진 않으니까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감소하는 것은 자명하고도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서민이요!"하며 떠벌리고 다닐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7~80대 할머니들을 빼고 말이다.

그들이 전통시장과 어묵을 서민들만의 상징으로 자리맥임을 하는 것이다.

우리 집 인근에는 꽤 큰 전통시장도 있고 엄청 큰 대형마트도 있어 쉽게 확인한다.

시장에도 젊은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객의 대부분이 중년이상이지만, 대형마트엔 젊은 층이 대다수다.

이미 농산물이나 식자재의 유통시장까지도 대형마트의 점유률이 재래시장을 압도했으리라.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과 정치인이 되려는 그들에게 간절히 바란다.

부디 서민행보 한답시고  재래시장가지 말기를.

정~ 재래시장이 그립거든 평소에 가시라~.   평상시 말이다.

바라건데 재래시장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국산농산물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또 그것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여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기를...


대중을 더 이상 현혹시키지 말기를...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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