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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기생충과 기생충

by 박가신 2020. 2. 26.

작년 여름 그 영화를 봤다.

나는 영화속 "동익"이라는 사장처럼 넘치는 교양도 없을 뿐더러, 잘 나가는 부자도 아니고,  그처럼 지하실있는  멋진 집도 가진바 없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기택"과 또 다른 수많은 기택이들의 고통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말이다.

솔직히 너무 많은 걸 생각하게 한 힘든 영화였다.


그런데 그 영화가 지난 몇 달 동안 이름난 영화제를 휩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대단한 일이고 기분좋은 일이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듯 온갖 방송과 신문, 인터넷과 유튜브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연일 난리도 아니다.

그가 만들었던 지난 영화를 다시 방영하고 그의 젊은 날의 모습을 비춘다.

심지어 지난 시절 그 영화감독을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어 괴롭히던 적폐 세력들까지 나서서

감독의 생가를 복원하느니 기념 거리를 만드느니 한다.(이것이 희극이다. 아니다 코메디다)


제목인 "기생충"이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

영화 자체가 세상에 던진 의도 같은 건 더더욱 잘 모른다.

다만, 세상엔 타인의 삶에 기생하여 사는 사람, 반면에 기생충이 기생하도록 "숙주"역의 사람도 있겠다.

실제로 기택에게서 연신 풍겨나는 시궁창 냄새에 치를 떠는 사장,

운전기사를 해고하면서도 상스런 이유를 입에 담지 않기위해 다른 이유를 고민하는 사장 부부가 숙주라면

과연 기생충은 가르키는가..

여기서 기생충이라는 것은 숙주의 입장, 숙주의 눈으로 바라 본 기생충, 그들 곁에서 그들에게 오랫동안

고용된 수많은 노동자와 근로자와 "을"들을 말하리라.


그렇다면 말이다.

해를 바꿔가며 이 영화를 대면하면서, 또 우리 스스로의 민낯을, 부끄러운 알몸뚱이를 거울에 비추면서

우리는 도데체 무슨 상념에 빠져 있는가?

대저 영화의 예술성과 탁월한 감독의 연출력, 천재적 연기력 등등에 찬사와 환호 ??

그냥 바다건너 남들 처럼?...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슬슬 이제 고민해야 할 때 아닐까.

우리는 또 각자 이제까지 무엇을 하였는가도 말이다.

세상이야 이 영화를 현세와 자본주의의 갈등과 고민을 잘 표현한 걸작이라 평하겠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갈등과 고민이 왜 초래되었는가를 고민하고 반성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구조적이든 사회적이든 아니면 개인적이든 인간적이든 뭐든 말이다.

이제 그냥 웃을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영화 감독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영화은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악인이 무대 앞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무대 뒤의 악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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