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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인사하기

by 박가신 2020. 3. 27.

아침에는 동네 안에 있는 헬스장으로 간다.

아내는 내심 시설좋고 쾌적한 돈 내고 다니는 곳으로 가길 권하지만, 나는 여기가 그냥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 만 갈아입고 나가 승강기 앞에서 10여미터 거리의 건물로 이용객이 거의 없다.

다만 나 말고 젊은 친구들이 가끔 온다.

 

오늘 아침에도 나보다 먼저 운동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멀뚱거려 내가 먼저 인사를 했더니 또 멀뚱이며 마지못해 답례를 한다.

나이먹은 내가 먼저 인사하니 부담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인사를 주고 받는것이 싫어서 일까?

별로 그를 탓하고 싶지 않고 탓 할 필요도 없지 싶다.

즈그 부모도 가르치지 못한 걸 내가 어찌 가르치겠는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도 괜히 내 아이들이 생각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건강하게 공부 잘 하라는 말은 했어도 어른들 보면 인사 잘하라고 가르친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조직에서 딴 건 몰라도 인사 잘 해 먹고 살던 친구 여럿 봤으니 아이들에게 충분히 훈육시킬만도 하는데 말이다.

어렵거나 고단한 것도 아닌데 세상 살아가는 법도나 도리 같은 걸 왜 그때는 전수시킬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다행히 아이들은 즈그 엄마를 닮아선지 착하고 예의는 잘 차리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긴 하다.

 

나는 조부님으로부터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첫째는 어른을 보면 큰 소리로 공손히 고개숙여 인사를 해야하고,

둘째는 멀리서 어른을 보면 얼른 달려가 웃는 얼굴로 해야하고,

셋째로는 그 어른이 누구든 상관하지말고 해야한다고 하셨다.

 

심지어 당시 전답을 버는 소작인들은 아직 국민학생인 나에게 "도련님"으로 불렀고, 당시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는데, 어느 어른께 내가 마루 위에서 인사했다고 "당장 마당으로 내려와 다시 하라!"고 불호령 하셨던 기억도 난다.

(조부님은 그렇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인자하시고 선하시며, 또 겸손한 어른으로 소문이 나서, 전쟁 때 인민군치하에서도 내 부친, 그러니까 어른의 아들이 국군장교였음에도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으셨던 분이다.)

덕분에 나도 인사 잘하는 아이로 어른들께 칭찬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조부님 가르침을 받은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 가르침을 전수하지 못하였으니 조부님께는 죄송스럽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세상엔 그저 송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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