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행사나 계획이 모두 취소되었지만 어디다 하소연하거나 투정부릴 것도 없는 봄이 지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공동체를 위해 삼가하고 절제하자는 호소에 동참하는 것이 도리이고 의무 아니겠는가.
하면서도 답답함이 지나쳐 지겹고 이젠 슬슬 피로감이 왔다고나 할까..
해서 오랫만에 차를 몰고 쌍계사에 다녀왔다.
사람 마음은 늘 같다.
구례읍에서 쌍계사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밀렸다.
그래도 오랫만에 만난 벗꽃 구경은 밀리는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검게 그을려 심지어 주먹만한 구멍까지 생긴 오래 된 노목에게 따뜻한 말을 건낸다.
"지금까지 살아내느라 고생했소~"

언론에서 걱정하는 것 보다는 사람들과 대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차한 상태로
스쳐 지나갔고, 가끔 젊은 친구들만 사진을 찍느라 요란한 포즈를 취한다.
그래도 좋아 보인다.
젊은 저들은 더 힘들었겠지.
찻집에 들렸더니 몇몇 메뉴는 안된단다.
주차장 관리인은 기다리는 나에게 조심히 말했다.
"주인이 손님 적게 올거라며 재료를 적게 준비했다"고...
"손님들이 대부분 20대나 30대"라고..
"원래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많이들 오시는데..."
그러고보니 나이든 어르신들이 특히 코로나에 취약하신다니 그런 모양이다.
나도 어느사이 어르신들 입장이다.
싫든 좋든 어른의 모양이다.
어른으로 갖추어야할 소양이나 지혜는 턱없이 부족하면서 그저 모양만 외관만 달라진 것이다.
나는 나이먹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느긋해지고 인자해지며, 또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알았다.
스스로 말이다.
그러나 결코 아니었다.
나이들수록 더 교만해지고 더 탐욕스럽고, 더 경망스럽고 더 치사해짐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더 교활해지고 더 폭력적이기까지.
나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방법이 없다.
그저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 해야한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나를 덜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벚꽃과 연두빛 나뭇잎과 겨울을 이겨낸 숲과 강이 함께 있는 봄 길은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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