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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정력을 소비할 뿐이다!

by 박가신 2020. 5. 4.

어려운 분들의 식사초대를 받았다.

왠만하면 거절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외관은 허름했는데 들어가 앉고보니 1인분에 4~5만원짜리 한정식집이다.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했어도 솔직히 부담스럽고 거북했다.

 

아내가 연예하던 시절의 가난한 나를 가끔 놀릴 때 하는 말이 있다.

"몇 시간 버스타고 만나러오면 사주는게 모밀이고 만두였다~"고...

그때는 워낙 가진게 없기도 했고 쪼잔한 성향인지라 그랬겠지만, 요즘에도 여전히 모밀이나 비빔밥으로 떼우곤 한다.

딱히 먹는데 비싼 돈을 들이는게 싫다.   

 

오래 전 다산 정약용 어른께서 두 아들에게 보낸 글을 읽은 영향이 크다. 

"음식이란 목숨만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라도 입안으로 들어가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린다.

삼키기도 전에 벌써 사람들은 싫어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것은 정성 때문이니, 전혀 속임이 있어서는 안된다....

단, 한가지 속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자기의 입과 입술이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생각하여 입과 입술을 속여서 잠깐 동안만 지내고 보면,

배고픔은 가셔서 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냐 하며,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정력을 소비할 뿐이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인지라 몽매한 나는 위 귀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무식한 말로 "비싼 밥 먹어봤자 똥구녁만 고생시킨다!"고

물론 여전히 내 빈한함을 감추려는 꿍꿍이도 없지 않지만, 세상엔 지금 이 시간에도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 무지기수이고.

심지어 이 땅 대한민국에도 다이어트 하느라 자발적인 경우 말고, 돈이 없어 끼니를  굶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하니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 아니겠는가.

 

1810년 9월에 쓰신 글을 옮기며 감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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