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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40주년

by 박가신 2020. 5. 22.

나를 아는 선배님들이 만에 하나라도 이 글 만은 보지 않으시길 고대한다.

 

나이 먹으면 싫은 것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그냥 어영구영 대충대충 해도 남들 눈에 잘 안 띤다는 점이다.

모임이든 행사든 아니면 술자리든 "나"라는 한 사람 굳이 자리를 채우지 않더라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설사 빈자리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평소의 내가 그처럼 비중있던 위인도 아닐지니 "그냥 안 왔구나~" 할 거다.

그러니 그들도 나도 실은 편하다.

 

40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추념식이 광장에서 열렸다.

물론 나는 그때 그 자리에 없었다.

없기에 망정이지 그 때 있었다면 십중의 십은 지금 쯤 망월동에 묻혀 빈 잔만 쳐다보는 신세였으리라.

한 때는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랬더라면 내 사랑하는 아내도 아들도 딸도,

그리고는 며느리도 손녀도 어찌 만날 수 있었겠는가...

 

각설하고,

내가 겪었던 광장에서의 폭력은 40년 그날이 아니다.

전역하고 돌아온 81년 이후 매년 광장의 그날을 재현했다.

어떤 날은 앞에서 도열한 백골단을 능가하는 전투력으로다가, 또 어떤 날은 최루탄에 울먹이는 어린 아들과 아내를 끌고 골목길을 뛰 댕기며 그날은 기억했다.

그렇게 죽은 자들에게는 늘 송구하여, 산 자로서 덜 죄송하려 했다.

 

밤 늦게 오른 전일 빌딩에서 본 광장의 불빛은 40년 전이나 별 반 다르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호젓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늘 뭔가 부족한 듯한 모습이다.

정말 맹렬히 불 붙힌 화염병을 오른 뒷 손에 감추어 들고 맞은 편 광장으로 쳐 달리던 그 길고도 길었던 거리는 이제

프랑카드로 단장되고, 나와 함께 옥상에 오른 구경나온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와 젊은 연인들의 수줍은 미소로

가려지느듯 하다. 

 

아~ 옛날이여...

아내는 나를 책망한다.

잊어 버리라고.

잊어야 한다고...

어디선가 선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산자여 따르라~

산자로 살기위해 무던히도 열심히 살았다.

부정하지 않게 치사하지 않게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려 몸부림쳤다.

그런다고 세상 안 바뀐다~, 너 혼자 그래봤자 너 만 피곤해야~, 니가 그런다고 누가 안 다냐???

수없이 들었다. 정말 지겹게 듣고 살았다.

이런 거지같은 저열한 말에 저항하며 살았는데 아쉽게도 지금 현재는 수세에 밀리고 있는게 아닐까?

내 아들과 딸이, 아니면 내 손주들 부터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열망에 힘 입어 바뀐 세상에서, 행복한 삶의 시간과,

정의와 진실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겠거니 한다.

 

 

..

창피하지 않게 살아왔다 싶었는데 노랫소리에 또 눈물이 난다.

여전히 송구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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