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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프랑카드와 우리

by 박가신 2020. 6. 23.

동네 도로변에 똑같은 선전문구의 프랑카드가 열개 스물개씩 부착되어 있다.

대게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에 대한 선전용이다.

도로변에 비슷한 간격으로 가로수나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누군가는 그 간격에 딱 맞는 규격의 프랑카드

설치야말로 큰 돈 안 들이면서도 매우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선전도구로 이용한 결과겠다.

 

다만 하루이틀 지나면 여지없이 나타난 구청의 단속반들에 의해 잘려지고 수거된다.

정확한 법규는 알 수 없으나 도로상에 신고되지 않고 부착된 광고물에 대해 그들에게 제거, 철거할 권리가 있을 것이다.

가끔 그런 불법 부착물을 제거하거나 제거하여 둘둘 감긴 프랑카드를 수북히 실은 단속반 트럭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프랑카드 한 장에 대충 5만원씩만 계산해도 열장이면 오십만원, 이십장 백만원이니 도심 여기저기 설치하다보면 그것도

큰 돈인데 하루 이틀 내걸리고는 흔적없이 사라져야하니 상관없는 나 같은 사람도 그냥 아깝겠단 생각은 든다.

물론 이런 광고물을 돈 주고 의뢰한 사람이나 돈 받고 제작해서 설치한 제작업자도 이 사실을 알 것이다.

이 불법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어처구니없는 프랑카드의 실태나 실효성.. 이런 것들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당성과 적법성을 말하고자 한다.

 

이런 프랑카드에는 반드시 실명이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있다.

다시 말해 홍보물의 상호명, 거래 당사자 또는 담당자의 실명과 그들의 전화번호 말이다.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법 어긴 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밝히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구청이나 이런 걸 단속할 기관은 진실로 단속할 의지가 있음에도 이를 어찌해야 할 지를 진짜 모를까?

이 반복되고 만연한 불법을 타개 할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진실로 말이다.

 

프랑카드를 제작 홍보한 자의 실명과 연락처와 상호가 버젓이 제시되어 있는데 왜 이런 행위가 반복될까?

왜 구청 단속반원들은 이 땡볕의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프랑카드 철거로 인해 고생을 해야 하는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아무나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을 그들 모두만 모르는 것일까?

 

프랑카드에 기재된 실명과 업체명을 상대로 고발하거나 벌금을 적용하면 간단한 것을 말이다.

그래도 계속되면 더 강하게 고발하고 더 큰 금액의 벌금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지켜야 할 법을 안 지킨 행위이니까 말이다.

또한 설치후 시간으로 따지면 몇시간 안되서 고액의 예산이 소요된 광고물들이 속절없이 제거되고 버려짐에도, 더더욱 요즘처럼 시민의 목소리가 엄중한 시대에 이의제기 한마디 못하고 별 탈없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쉽고 단순한 수단을 외면하고 급기야 불법을 방치하는 듯한 구차한 모습이 지금껏 반복되고 유지됨은 무엇 때문일까?

상상하기 싫지만 프랑카드 업체의 단속반을 상대로한 로비가 통한 걸까?

아니면 업체의 영세성이나 특수성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이를 감읍한 하루이틀의 묵인일까?

아니면 건설업체나 분양업자, 프랑카드 제작자, 심지어 구청단속반원과 트럭까지 두루두루 공생하려는 공동체 의식?

아니면 고발하고 벌금부과보다는 단속반원과 단속차량이 왔다갔다하면 "뭔가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시효과의 목적?

그도 아니면 가끔 선출직 공무원이나 의원님들을 위한 선거의 계절에 등장하는 비슷한 광고물(선거 공보물이나

당선사례, 심지어 낙선사례 광고물까지)과의 상대적 적용에 대한 멋적음 또은 부끄러움?

 

물론 어느 경우든 이해는 한다.

또한 나같은 시민들은 모르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말 중차대 한 것, 엄중한 헌법 같은 주요 법률 등에 앞서 이렇게 극히 사소한 것, 별거 아닌 것 부터 적법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분명히 적용하고 수용하는 것이야 말로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소하고 미미한 것을 지키고 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민주와 자유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본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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