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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따뜻한 노후가 있기를

by 박가신 2020. 7. 8.

모임에 다녀온 아내가 농을 한다.

요즘 여자들이 어떤 남편을 제일 좋아하는 줄 알아?

심드렁한 표정인 나에게 아내는 정답을 말하며 먼저 웃는다.

"집에 없는 남자..."라고

 

퇴직한 남자들이 아내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으며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안다.

수많은 영화와 연속극에서부터 개그와 콩트, 그리고 쉴새없이 보내오는 카톡의 문자 등등..

그저 따라 웃다가도 심란하다가 또 불편하다.

(특히 카톡 문자질 하는 분들은 받는 상대방이 보는지 안보는지 확인 좀 하고 보내시길 희망한다)

 

어떻게 살아 왔는데~

여기까지 오기위해 얼마나 많은 역경과 수모와 고통과 참담함을 참고 또 참았는데~

 

아내는 말한다.

소리나는 말과 소리나지 않는 말로.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아왔어~ (그러니 따로 생색내지마....)

밖에 나가 돈 번 사람만 힘든게 아니야~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게 더 힘들어)

이래저래 힘들다고 엄살하지 마세요.. (이 나이에 아직도 당신 챙기는 나는 더 힘들거덩...)

 

아내가 하는 말은 모두 옳다.

그리고도 객관적으로도 정당함을 인정한다.

또한 젊은 시절 박봉에 가난과 씨름하며 시부모 봉양하고 애들 가르치고, 또 날마다 술먹고 들어오는 애터진 남편 챙기느라 뼈꼴빠진 아내, 더더욱 시동생까지 챙겨야했던 늙어버린 아내를 두고 뭔 할 말이 있겠는가.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다만 굳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아 주면 안될까"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내가 친교하는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실에 지쳐있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은 떨어지고 다리도 풀리고, 말 귀도 눈도 어두워져 존재 자체가 버거워진 남편을 알라주길 희망한다.

지금이라도 알아 줄 대상이 있으면 알아 주라고 요구하겠는가 말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늙은 노병들을 집에서라도 아내들이라도 알아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오래 전 유럽의 탄광으로, 열사의 땅에 기술자로, 남의 땅에서 전쟁까지 수행했던 한국의 남자들 아니던가.

그 고생 누구를 바라보며 했겠는가..

 

그래서 간절히 희망하고 기도한다.

부디 지혜로운 아내들에게 측은지심의 마음도 갖게하시어 그로 인해 가엾은 남편들에게 따뜻한 노후가 있기를...

어디 나가 대표로 기도하라면 내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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