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지식이나 지혜 같은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 하자.
그것들 중 나 스스로 깨우친 것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그렇다면 대부분의 그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온 것인가.
부끄러운 고백일 수 도 있지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며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부터 긴 세월 접했을 수 많은 도서와 자료들(학창시절 돌려봤던 선데이 서울도 포함해서...),
아내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방을 체우고 있는 크고 작은 책 들,
언젠가 또 누군가와 나누고 들었던 말 들,
"구독과 좋아요"의 유튜버들의 신박한 맨트까지...
그런데 나에게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동화책부터 읽었던 모든 책들과 자료들과 누군가와의 대화와 맨트를 쌍둥이 형제와 함께 했다고 해 보자.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 한 지금 쌍둥이 형제와 내가 동일한 사고와 개념과 행동의 소유자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100%?, 40%?, 아니면 20%?
선천성과 후천성, 학습의 영향 등등의 학문에 어두우니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쌍둥이 형제라고 하더라도 뇌의 크기나 구성은 작든 크든 차이는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오랜 세월 보고 듣고 터득한 수많은 "앎"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른 차이가 야기되지 않았을까.
말하자면 철없던 어린 시절 비밀리에 돌려 봤던 선데이에서 벌거벗은 여인을 접한 나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착한 내 형제는 아무런 심적 동요나 어떠한 느낌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로 어떤 지식이나 지혜도 받아 들일 자신의 마음과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가 허접하다거나 부족하다는 부끄러움이나 자책감, 자괴감 등은 나의 성장 배경, 나를
둘러 싼 환경의 영향 같은 게 아니라 나의 자세, 즉 내가 가졌어야 할 마음 가짐의 잘못이 아닐까 한다.
이런 걸 조금 일찍 알았어야 한다.
육십 중반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 또한 나의 부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