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에 운동가는 길에는 이 지역에서 이름난 통닭집들이 있다.
닭들을 튀기는 장정들만 대여섯명씩이니 사먹는 사람들은 길 옆으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유명한 곳이다.
소나기 내리는 어느 밤에도 그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항상 길게 늘어 서있던 사람들 대신에 오토바이들이 모여 있는데 운전자들도 걸터 앉아 있다.
한둘은 비옷을 거치기도 하였지만 꼬질한 마스크의 4,50대 남자들로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처음엔 '저 사람들은 이 밤에 뭔 일일까? 했지만 곧 "배달하는" 사람들임을 알고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우리 집도 간간히 시켜먹으니까..
그런데 핸드폰에 열중인 그들을 스치며 보니 내 나이 된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들이 내가 순간 상상하듯 핸드폰에서 뭔가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통닭집 앞 배달 오토바이 위에 걸터앉은 자신을 쳐다 볼 누군가의 눈길을 외면하고자 그런 척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통닭집 노란 전등 불빛이 비춘 남자들의 이마와 콧등에 접힌 빗물인지 땀 인지를 보며 생각했다.
통닭집 배달 남자들이 고단한 삶을 영위한다고 속단할 수 없다.
그들이 인생이 고통의 연속일 것이라도 단정할 수 없다.
심지어 하기 싫은 것을, 처자식과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고 있다고도 상상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갈린다.
유전이든 환경이든 잘난 자와 못난 자로 구분된다.
그리하여 능력있는 자와 무능력자로 세상은 고정된다.
결코 어느 것은 선이고 어느 것은 악 일 수 없지만, 우리는 선호하고 외면한다.
중1 기술선생님은 노력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와의 간격이 시간이 경과하므로써 비약적으로 벌어진다는 걸 칠판에
크고도 길게 보여준 표를 기억한다.
그들은 내 생각을 애써 부정하고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수 있다.
맞다고 해도 그렇고 틀렸다고 해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노쇠한 눈으로 본 오토바이 위의 고단한 삶이 그저 안쓰럽고 애처로울 뿐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안되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이어지는 세상을 어쩌면 그가 겪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유난히 잦은 폭우에 오토바위 위의 미끄러운 삶에 뭘 더 말 하겠는가.
그의 형제가 되어, 그의 누님이 되어, 그의 아내의 애처로운 마음이 되어 그를 본다.
내 친구같고 내 동생같고, 그리고 나 같기도 하니 말이다.
오토바이의 남자를 뒤로하고 걷는데 그저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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