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그냥 가만히 봅니다.

by 박가신 2020. 9. 4.

아파트에는 "하자보수"란게 있어 건설업체측에서 몇 년 안에는 무엇, 또 몇 년 안에 생기는 하자에 대해 법적 또는 의무적으로 보수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수십년 넘도록 새 아파트에 입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하여간 내가 사는 아파트 외벽에 대해 하자보수 공사 중이다.

사진에서 처럼 몇 년 안된 새 아파트지만 그 사이 벽이 갈라진 건지, 페인트공사가 잘못된 건지 이리저리 땜질한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곤궁한 모습이었는데 새로 칠한 다음엔 언제 그랬냐싶게 말끔한 모습이다.

 

                                    *공사 전후 모습(물론 앞 동 아파트)

 

아침마다 관리실에서는 몇 동 공사하니까 문 들 닫고 차량은 지하로 옮기시라는 방송을 하던 어느 아침, 아내가 물었다.

"우리 동 공사는 끝났데요?"

 

나는 우리 동 공사 여부를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사는 동이 아닌 앞 동에 공사한 것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창문을 열고 고개도 빼서 아래 위를 보면 공사 여부 정도야 확인하겠지만,  내가 앞 동의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공사 후의 모습을 오롯이 알기 위해선 반대편에 서야만 가능한 것을 알았다.

 

내 모습, 솔직하고 진실된 내면의 모습도 아닌, 겨우 단순 외면의 모습 마저도 스스로 본다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안다는 것, 자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임을 깨닫는다.

과연 그동안 내가 알고 기억하던 내 모습이란 건 대저 어디서 본 무엇일까?

 

그러면서 내 눈이 아닌 내 상대편에 선 사람, 즉 그의 시선으로 나를 볼 때야 겨우 내 외면이라도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세상은 고사하고 나를 안다는 것도 아닌 겨우 그 "안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 나이먹어 겨우 알게 되었구나...

 

그냥 가만히 봅니다.

 

'그냥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또한 살자고 하는 짓이다.  (0) 2020.09.28
얼마나 잘 살겠다고들 그러는지...  (0) 2020.09.25
소나기 내리는 밤에는  (0) 2020.09.01
친일과 부일  (0) 2020.08.05
개똥  (0)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