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얼굴이 명절답지 않다.
동네 마트나 인근 재래시장을 가도 그렇고, 단골 음식점을 봐도 그렇고 모두 힘들어 한다.
고백하자면 어쩌다 술자리에 앉으면 남기더라도 음식을 이것저것 더 시킨다.
우리 일행만 있어 주인 얼굴보기 미안하니까.
내가 저 주인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앉아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 달 전부터 이번 추석에는 고향집 가지말고 전화로 안부 전 하자고 한다.
여기저기 프랑카드가 걸리고, 연휴기간엔 안 받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받고, 심지어 벌초도 용역을 시킨다며
연일 방송을 타니 이번엔 귀성 분위기가 다르겠구나 짐작했다.
코로나 사태의 극복을 위한 보건당국의 고육지책으로 충분히 권장할 수 있는 문화라 생각하고 이를 공감한다.
최선을 다 해도, 시간이 가도 수그러들지 않고, 여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갈 여지가 충분하니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를 보니 가관이다.
고향에 가지 말자고, 오지 말라고 하니, 대신 제주도 여행길이 만원이라고 흉을 보는 고약한 뉴스다.
한마디로 부모있는 고향 안가고 즈그들끼리 여행간다고 비꼬는 것이다.
하여 고향 안 가기를 제안한 정부당국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골의 노인들과 도시의 젊은이들을 갈라치기하고 세대간 계층간 분화를 시키고자 함으로 읽힌다.
그 뉴스를 보면서 속으로 절망감과 야속함에 빠질 노인네들이 보인다.
이 정도면 기레기나 구데기 정도가 아니고 공동체의 훼방꾼이자 악질이며 반역자가 아니겠는가.
생각을 잠시라도 해 보면 이 기사가 얼마나 나쁜 뉴스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작년 이맘 때 명절 연휴면 "인천공항"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당시 방송을 보면 역대 최대규모니 어쩌니 하는 말과 함께 장사진을 이룬 공항의 모습이 비춰지곤 했으니.
그렇다면 그 많은 여행객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외국여행 말고 국내인 제주도로 놀러가면 안 되는가 되묻고 싶다.
코로나의 파급을 우려함 인지 아니면 갈등을 야기할 의도인지 뉴스를 이어가는 시선을 보면 알 일이다.
극소수 부유층이야 아무 때나 맘 내키면 여행가겠지만, 북세통을 이루는 긴 연휴 기간에 그것도 국내인 제주도 가서
쉬거나 놀고 오겠다는데, 그걸 명절 귀성객과 연결시키고, 코로나와 상관시켜 길 떠나는 여행객도, 고향땅 노인네도,
지금쯤 영판 난감해할 보건당국자까지 모두를 당황스럽고 괴롭고 민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더러운 족속이리라.
다시 말하지만, 돈 있고 넉넉하면 뭣 한디 연휴에 가겠는가 이 말이다.
뻔한 직장인에 육아에 지친 젊은이들이 이 눈치 저 눈치보다가 겨우 떠난 길을 그리 매도 할 권리가 어디 있는가.
막말로 평생 다닐 명절의 고향 땅 이번에 안 간다고 뭔 일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이 즈음에서 기자라고 하는 직업군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애초에 선별 않고 아무나 하다보니 그런건지,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건지, 공동체의식이나 가치관이 결여되서 그런건지, 아니면 친일파나 매국노가 "사주"인 탓에 그들의 요구를 맹목하는 충견이어서 그런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진짜 직장인 자식을 둔 부모로서도, 수십년 봉급쟁이 퇴직자로서도 알 길이 없다.
역사상 꼴리는데로 말하다가 패가망신한 인간들 여럿 봤다.
이 모든 것이 살자고 하는 일이다.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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