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에 간 김에 팽목항을 다녀왔다.
하늘은 맑고 앞 산도 뒷 산도 푸르름은 그대로인데 세월만 갔구나.
인파 속을 휘날리던 "잊지 않겠다"는 깃발도 그 사이 한 올 한 올 실밥이 되어 반 이상 세상 속으로 날라갔다.
"세월은 못 속여야!" 하시던 어머니가 뜽금없이 생각난다.
난간에 기대어 오늘은 진도 사람들을 생각한다.
당시 진도는 천혜의 비경이라는 관매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섬 관광지로 한참 뜨는 중이었다.
인근의 완도와는 또 다른 문화와 분위기의 진도를 사람들이 기억하기 시작하던 때 였다.
그런데 세월호가 가라 앉았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처음 진도읍 초입에 있는 체육관을 시작으로 팽목항까지, 그리고 진도를 관통한 긴 도로 가에도
넋을 달래는 노오란 깃발이 나부끼는... 섬 전체가 아예 초상집 안마당이었다.
개인적으로든 단체로든 내가 올 때마다 느낀 점인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분위기는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이 동네 진도 분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하고 또 고맙다.
죽은 분들, 그리고 아즉 살아오지 못한 분들과 친족도 아니고 친분도 없는 그냥 한 명의 시민이지만 정말 미안하다.
말하자면 그 바다에서 사람이 죽었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있는 바다가 저~어기 저 바다인데,
멀쩡한 사람이라면 맘 편히 해수욕을 즐기겠는가, 그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쉽게 먹을 수가 있겠는가.
하다못해 낚시질을 하겠는가(이 말을 하는 것 조차도 솔직히 조심스럽긴 하다).
한반도 맨 끝 진도 섬에서 딱히 먹고 살 것이 뭣이 있겠는가?
그러니 진도는 아니 진도 사람들은 그간 먹고 살 터전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셈이다.
물론 그 여파는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도 사람들이 지금껏 어떠한 불평이나 불만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는 말을 나는 듣지 못했다.
해서 출발할 때부터 이런 마음을 나눈 우리 일행은 먹을 것도 엄청 많이 먹고, 안 사도 될 것까지도 몽땅 사 왔다.
그 중 어느 식당에서 "진도 분들이 참 고맙고 대단하다"는 우리 말에 주인 양반 하신 말씀이다.
"죽은 사람도 있는디 불평하먼 쓰것소?"
그래서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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