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전용차선 위반으로 적발된 운전자에게 방송 카메라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 바빠서 그랬다! 몰라서 그랬다!거래처에 납품 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랬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린 사람들도 매 한 가지다. 마음이 울적해 한 잔 하다보니 그랬다! 장사 안되어 속상해서 그랬다! 심지어 딱 한 잔 했는데 재수없이 걸렸네...
요즘엔 드물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강도나 절도 등 죄질이 나쁜 범죄 피의자도 비슷하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랬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랬다! 카드 빚 때문에 그랬다! 물론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겠다.
그러나 말이다.
자신의 행위와 자신을 엄격히 분리한다고 했을 때 자신의 행위는 이러저러한 이유나 사정에 의해 부득이하게 야기시킨 것일 뿐 자신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고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뉘앙스다. 고로 자신의 불법을 정당 행위로 둔갑시키거나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강도짓 하다가 잡힌 사람이 범죄의 원인이 "카드 빚 때문"이라고 한다면 신용카드업체는 최소한 강도짓을 교사하였거나 촉진 또는 독려한 원흉이라 할 것이다. 카드업체가 없었더라면 그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 사람이 물품 구입이나 음식값 계산할 때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할 일도 없었을 것을, 무단한(또는 괜한) 신용카드로 인해 작금에 멀쩡한 한 사람의 시민을 범죄자로 양산시켰으니 그 죄가 무척 엄하고도 중하다. 그러니 카드업체는 당장 이 땅에서 소멸해야 할 노릇 아닌가?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우리 솔직해지면 안 될까? 그냥 내가 불량한 심뽀로 그리됐다! 편하게, 쉽게 돈 벌려다가 그랬다! 내가 나쁜 놈이다!... 이렇게 말이다. 새 시대니 미래 세대니 이런 표어나 구호 같은 건 민망하다.그저 솔직한 세상이었으면 할 뿐이다. 쪽 팔리게 말이야...
대전 국립묘역에 가면 이렇게 계신다. 이 분의 일생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라.

'그냥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쁜 입들. 부도덕한 언론 (0) | 2021.05.26 |
|---|---|
| 오리 (0) | 2021.05.24 |
| 덕수궁, 기억과 진실. (0) | 2021.04.20 |
| 백련사 (0) | 2021.04.14 |
| 공동선 (0) | 202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