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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아이들아 미안하다.

by 박가신 2021. 7. 2.

아내들도 함께 한 자리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리 자식 혼사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들 키웠는지 든든한 직장 들어가 또 좋은 배우자 만나 결혼한다니 축하해 준다. 자식들 이야기가 내내 이어지는 통에 아쉬웠는데 헤어진 뒤 나왔던 이말 저말 기억하니 마음이 점점 불편하다.

결혼 날짜 잡은 둘째 딸에게 집 장만하라고 수억 줬다는 친구가 있었다. 부럽기도 해서 조금 당황한 내가 그러면 "큰 딸은 어쨌냐?" 하니 오래전이지만 그 동네 소형아파트를 아예 사줬단다. 도합 37년을 봉급쟁이 노릇을 했다. 한 때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이들 키우고 먹고사는 데 들어가서 남은 게 별로 없다. 당시 투기나 투자를 금지하는 알량한 복무규정을 엄수 한 나머지 별도의 수익창출원은 생각지도 시도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몰래 투자에 열을 올리거나 주식에 열중하는 동료를 보면 조직에 반하는 비정상적 인간으로 치부할 정도였으니.(물론 조직의 눈을 피해 부동산투자로 설치던 인간들은 당시에도 있었으니...) 그러고는 늘 "봉급쟁이 은퇴해서 집 한 칸 남았다면 잘 한 것"이라 스스로를 치부했었다.

그랬는데 다르구나.

집 얻는데 못 도와준다는 내 말을 듣고 힘없이 뒤돌아서는 아들놈의 힘 없는 뒷 모습을 기억한다. 물론 아들은 내 무정하고 단호한 말에도 별 미동없이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이 더 아팠었다. 결혼한 즈그 집사람 앞에 무너진 자존심, 기대했던 스스로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이제 둘째인 딸도 결혼해야 한다. 친구처럼 억대가 넘는 집 장만 자금이 없는 나로서는 미리 난감하고 걱정이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 아버지는 청념한 분이라 그런 재산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만 생각할까? 집주인이 뜬금없이 나가라고 해서 원치않는 이사를 해야 했을 때도 매정하고 무능력한 애비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청렴같은 것, 가치관이나 사회적 신념 그딴 건 개나 줘버리는 대신 집 장만 해 줄 능력 있었기를 바라지 않을까? 흘러 간 애비의 자존심이나 알량한 개념 등과 아들과 그 처자식의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환경과의 경중이라니...

그랬던가. 그렇다면 그때 남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부동산 투자에 주식 투자에 열을 올렸어야 했다. 하다못해 목 좋은 상가 하나 쯤, 전망 좋은 아파트 한 둘 정도는 사 뒀어야 했다. 아니면 아파트 청약의 긴 줄에 서서 2~3년에 한 번씩 이사하며 아파트 평수를 올렸어야 한다. 그러다가 상부 기관에서 감사라도 오면 비굴한 웃음 흘리며 반성문 쓰고, 상급자에게 술밥이라도 샀어야 한다. 물론 조직에 충실하면서도 간간이 하는 투자도 귀신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능력 따위는 전혀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이제 후회할 수도 없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럴 자신도 배짱도 사실 없다. 지금 이 심정을 혹여 그때 느꼈더라면(상상이라도 했다면) 잠시 고민이야 했겠지만 결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나 말고도 대부분 그랬으리라. 결코 후회 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긴 세월 남의 집을 전전할 내 아이들에게 다만 미안할 뿐이다.

다른 말이지만, 아파트는 오늘도 많이 올랐단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 오를 전망이란다. 어디서부터 문제인가지금의 정권이 단 3~4년만에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며칠 전 서울 길에서 점포를 폐쇄하게 되어 졸지에 일터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매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본다. 저렇게 자그마한 점포 하나에도 관련된 자와 연결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고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려는 정부에 맞선 집단의 위력은 어떻겠는가 생각한다. 국내 경기를 좌지우지한다는 대기업을 위시한 건설업체와 수없이 많을 하청업체, 이미 기업화한 부동산 관련 업체와 유관 업체들, 그런 업체에 광고를 팔아야 먹고사는 수없는 악질적 기레기들까지... 딴 건 아무리 잘해도 즈그 아파트가격 떨어지면 용서 못하고 저주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이상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맨날 다짐한다. 오늘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인간들과 가진 자만을 위하는 집단은 영원히 저주할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이 제주의 4.3 추념비에, 마산의 위령탑에, 광주 망월동에 고개 숙인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미안하다.

아들과 딸에게, 며느리와 손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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