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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가신
그냥 내 이야기

초복

by 박가신 2021. 7. 13.

초복날 삼계탕을 먹었다.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해서 일찍 갔지만 무더위에도 대기 줄은 예상대로 길게 늘어섰다. 한참을 그렇게 기다린 끝에 앉은 식당에 꽉 찬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식사 중에는 벗어놓으니 마스크 벗은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금슬금 힐끔거려도 내가 아는 사람은 없다. 식사가 끝나 나가는 사람이나 이제 들어오는 사람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식사 중인 나를 슬쩍 쳐다본다.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하여 이 도시에 한 50년쯤 살았으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았다. 한 달에 열 명 정도 새로 알게 되었다고 치면, 1년이면 120, 10년이면 1,200, 50년 하니 자그마치 6,000... 생각보다 많다.

그러면서도 생계를 위해 늘 넥타이를 고쳐 매며, 친절 봉사나 고객 감동 따위를 사훈으로 삼고 살았고 딱히 누군가에게 해꼬지 한 기억이나 또는 괴롭히거나 상처 준 기억이 없기에 얼굴 드러내는 데 크게 주저하지 않고 살았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지만. 마스크를 쓴 누군가가 내 옆을 지나거나 나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는 척할까? 소심한 나라라면 적어도 무조건 아는 척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잘 안다고 해도 모두 아는 척하는 건 아니니까... 최소한 과거 좋은 인연이었던 사람, 한 번쯤 만나고 싶었던 사람, 반갑거나 그리워했던 사람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말이다나는 누군가에게 고맙고 반가운 그런 사람이었을까? 대저 나를 고맙고 반갑다고 여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저어~쪽 탁자에서 삼계탕 먹다가도 달려와 나에게 아는 척 해 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냥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할까 싶다. 이래서 나이 먹으면 늘 반성하고 겸손되이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너무 더운 복날, 뜨건 삼계탕 먹다 보니 별 생각 다 한다.

올여름도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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